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2017)'는 인간과 괴물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196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과 정부 연구 시설에 갇힌 수중 생명체의 관계를 그린다. 영화는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며,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차지했다. 이 리뷰에서는 영화의 서사, 미장센, 주제의식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1. 독창적인 스토리와 서사 구조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이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청소부로,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며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수중 생명체(더그 존스)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이 존재와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며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 서사를 차용하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엘라이자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수중 생명체 역시 단순한 괴물이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또한 악역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단순한 정부 요원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권력에 집착하는 캐릭터로,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영화의 흐름은 전통적인 동화 구조를 따르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로 신선함을 준다. 엘라이자와 생명체의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이 서정적으로 표현되며, 후반부 탈출 장면과 결말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사한다.
2. 감각적인 미장센과 색채 활용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답게, 셰이프 오브 워터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다. 영화는 주로 녹색과 파란색 계열의 색감을 사용해 물속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차가운 시대적 배경을 보여준다. 연구소와 도시의 색채는 강한 대비를 이루며, 엘라이자의 따뜻한 감정을 부각한다.
특히 수중 생명체의 디자인과 특수 효과는 이 영화의 백미다. 더그 존스가 연기한 이 존재는 단순한 CG가 아니라 정교한 분장과 애니메트로닉스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으며, 그 결과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또한 영화의 조명과 촬영 기법 역시 인상적이다. 물속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조명과 유려한 카메라 워크는 꿈속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특히 엘라이자와 생명체가 함께하는 장면들은 서정적인 미장센으로 감동을 더한다.
3.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특히 ‘다름’에 대한 수용과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 소수자의 이야기
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는 흑인 여성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게이 화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이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로,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는지를 보여준다. - 정부와 권력 비판
스트릭랜드는 정부의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생명체를 단순한 연구 대상으로 여기며,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경쟁 속에서 도구화한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 사랑의 초월성
영화는 사랑이 언어와 종족, 사회적 경계를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엘라이자와 생명체는 말로 소통하지 못하지만, 감정과 행동으로 교감하며 깊은 사랑을 나눈다. 이는 우리가 서로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음을 상징한다.
결론
셰이프 오브 워터는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사랑과 인간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감각적인 미장센과 아름다운 스토리텔링, 그리고 강렬한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사랑이 모든 차이를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독창적인 예술적 비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성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감상해 볼 만한 작품이다.